닫기
닫기
krk는 식문화를 통해 견고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도록 돕습니다. krk Magazine을 통해 본인만의 태도와 취향을 쌓아가는 이들의 경험을 ‘식’이라는 주제 아래 이야기합니다.


ABOUT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에 쌓이는 경험들이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음식만을 조명하기 보다는 분명한 멋과 취향을 가진 플레이어들의 식문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krk가 제안하는 식문화가 여러분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병기, 프릳츠 대표People

“둘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 자신이 좋아요.”




am 11:00 크루아상과 브루잉 커피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당신은 이미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먹어버렸으니." 프랑스 작가 필리프 들레름의 에세이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은 이른 아침의 빵집에 들른 이가 길을 걷는 도중 크루아상 한 입을 베어 먹은 모습을 묘사한다. 그것은 필리프의 말처럼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이며, 어제까지의 시행착오를 잊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일상적 미식을 실천하는 사람들 시리즈 세 번째 편으로 올 봄이면 8주년을 맞이하는 프릳츠 도화점에서 김병기 대표를 만났다. 도화동 골목에 있는 프릳츠에는 아침 여덟 시부터 오후까지 다양한 빵이 매대에 오르는 걸 예고하는 타임테이블이 있다. 타임테이블을 지나치니, 그 중에서도 오늘의 주인공인 크루아상 그리고 커피가 마련되어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크루아상과 브루잉 커피를 병기 님의 언어로 소개 해주세요.

빵과 커피에는 제 삶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요. 특히 오전에 먹는 따뜻한 빵과 커피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인데요. 기술자의 입장에서,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각각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기술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빵은 식었을 때 본연의 맛과 기술적 완성도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꾸준한 퀄리티의 빵을 만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식은 빵을 먹고는 해요. 하지만, 즐기는 사람으로서는 갓 나온 빵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면이 있죠. 따뜻한 크루아상을 손으로 들어 절반을 쪼개보면 버터향이 올라와요. 여기에 방금 원두를 갈아서 향이 풍부하게 배어난 커피를 곁들이면 더욱 좋고요. 이런 조합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제가 카페 사장이기는 하지만 음식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빵과 커피를 사이드 메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조합으로 함께 드시는 분들이 넉넉한 기운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올해 늦봄이면 프릳츠가 8주년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커피를 손님들에게 내어주셨을텐데요. 일주일 기준으로 병기 님께서 직접 매장에서 브루잉 커피를 내리는 날은 며칠 정도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매장을 열고나서도 한동안 매일같이 본점의 바에서 커피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데요. 회사가 성장하면서, 대표로서 경영을 하는 입장과 브랜드 디렉터로서 전체를 살펴보는 역할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바에서 매일같이 근무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상실감 비슷한 게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제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오늘처럼 제가 커피를 내어드릴 수 있다는 게 여전히 신나고 기쁩니다.





프릳츠의 제빵사 모집공고에는 "제빵사라는 일은 매일아침 이불을 걷어차고 집을 나서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직업이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어요. 빵을 만드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까요.

달리기를 할 때 가장 먼 거리는 침대에서 문까지의 거리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어요. 실제로 뛰는 건 건 오히려 거뜬하게 느껴지는 거죠. 저는 그걸 직업의 세계에서도 느끼는 것 같아요. 동료를 찾을 때 저와 비슷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저는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사람이에요. 아마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죠. 가까운 지인 중에는 일주일에 2일 일하고 5일간 쉬는 패턴을 꾸준히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제 친구의 스타일을 존중하지만, 그와 같이 일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 편인데요. 되도록이면, 삶에서 일에 큰 비중과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서로의 옆에 서는 동료가 되었으면 해요.





구성원 복지에서는 '체력비'와 '어필비'가 제공된다는 것이 눈에 띄더라고요. 경영진이기 전에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실제로 이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으신지 알고 싶어요.

저도 똑같이 제도의 덕을 보고 있어요. 오늘 쓰고 온 캡모자를 몇 번이나 썼다, 벗었다 하고 있는데요. 이건 제가 하는 일, 바리스타의 일이 끊임없이 남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다른 바리스타 구성원들도 무대 위에 선 사람으로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싶으면, 어떻게 쓰셔도 상관 없어요. 정기적인 피부 미용비가 될 수도, 첫 눈썹 문신비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깔끔한 셔츠와 편안한 신발을 구매하셔도 좋아요. 그렇게 투자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해보게 되는 거예요. ‘체력비’의 공식명칭은 ‘으랏차차 프릳츠’인데요. 구성원들이 건강한 체력 뿐 아니라 건강한 정신력을 가꾸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필요하다면 상담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열어두었어요. 저는 운동하는 데에 보태서 쓰고 있고요.





프릳츠 바깥, 일터가 아닌 곳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는 편인가요.

제 일상은 뭘 보거나, 듣거나, 읽거나, 뛰거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취미만큼은 스스로에 대한 데이터가 어느정도 쌓이고 있다는 걸 느끼는데요. 그러니까 ‘이 영화 괜히 봤어' 싶은 생각이 드는 실패 경험도 점점 적어지고요. 이렇게 나에게 좋은 것들을 고를 수 있다는 게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음식과 커피가 있는 곳 중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가는 데에도 시간을 많이 쓰는데요. 새로 생긴 곳과 오래된 곳을 가리지 않고 갑니다. 최근에는 냉면집 여러군데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제가 냉면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언제 느꼈는가하면, 해외 출장을 갔을 때에요. 라면은 출장길에 가져갈 수 있지만, 냉면은 그럴 수 없잖아요. 타지에서 한 번 냉면이 떠오르면 괴로울 정도인 거예요. 냉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언젠가 올 해의 행운으로 여명의 '찐만두'를 꼽아주신 적이 있어요. 원래는 군만두만 판매하는 곳인데, 우연히 찐만두를 먹게 된 순간이 기억에 많이 남으셨다고요. 서비스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더라는 걸 넘어서, 그 순간이 행운처럼 느껴지셨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명은 제가 참 좋아하는 중국집인데요. 이모님은 제가 오이를 싫어한다는 걸 아셔서, 양장피를 주문하면 알아서 오이를 빼주시고는 해요. 물론 제가 그만큼 자주 방문한 것도 있겠지만, 이모님의 친절함과 디테일한 관찰력에 이끌리는 것에 더 가까워요. 어느 날엔가 “이거 먹어 봐”하면서 찐만두 두 개를 내어주시는 거예요. 여명에서 처음 먹는 건데 너무너무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찐만두도 정식 메뉴로 판매 하시면 안 되냐고 했더니, 여기서 메뉴가 더 늘어나면 힘드시다는 거예요. 그래도 제 반응을 기억하시고는, 그 후로도 종종 타이밍이 맞으면 찐만두를 한두개씩 내어주시거든요. 그건 제가 아무때나 가서 돈을 주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다만, 이모님이 저와 같은 손님한테 마음을 쓰시는 거죠. 그래서 행운 같아요.





오늘의 아침, 점심, 저녁을 어떻게 드실 예정인지 알려주세요.

아침은 브루잉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시작했고요. 프릳츠 도화가 위치한 공덕동에는 김치찌개와 제육을 먹을 수 있는 굴다리 식당이 유명하답니다. 어머님께서 하시는 곳과 아드님께서 하시는 곳이 있는데, 저는 엄마네로 점심을 먹으러 갈 예정이에요. 제가 그곳을 워낙 좋아해서, 프릳츠 공식 사이트 팀 소개 페이지에도 최근 제 소개를 이렇게 업데이트 해둘 정도였거든요. "1.매일 매일 조금씩 더 예뻐져야지. 2.달리니 좋고, 읽으니 더 좋다. 3.굴다리 식당은 엄마네로 가는 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 저녁에는 집에 있는 다양한 봄나물을 넣어 비빔밥을 먹을 예정입니다.





F&B 비지니스를 하는 분에게 이런 질문이 어떻게 다가오실지 궁금해요. 병기 님에게 '미식'이란 무엇인가요?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커피를 즐기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같은 포부가 있었어요. 이건 꽤 큰 목표잖아요. 그만큼 거대한 가치를 이뤄야 저 역시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어제와 오늘의 작은 차이를 느끼는게 좋아요. 포부가 작아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더 작은 것에 더 자주 만족스러워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죠. 먹는 일로 예를 들어볼게요. 만일 제가 이틀 연속 냉면을 먹었다고 한다면 육수의 간이 미묘하게 다른 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 차이를 알아차린다고 까다롭거나 피곤해지지는 않아요. 저는 둘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 자신이 좋아요.







Editor. 서해인
Photographer. 장수인